같은 문단을 이번 달에만 네 번 붙여넣었다. 금요일 오후마다 AI 챗봇 새 대화창을 열고, 맨 먼저 하는 일이 그 문단이었다. 보고는 완료·진행·다음 주 세 칸, 문장은 짧게, 숫자는 맨 앞에. AI 업무 활용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일인데, 붙여넣을 때마다 이상하게 김이 샜다. 이걸 왜 매주 처음부터 설명하고 있지..
매주 새 대화창에서 같은 말을 하고 있었다
예전 순서는 늘 같았다. 새 대화 열고, 양식 설명하고, 이번 주 한 일 메모를 던지고, 받은 초안에서 말투를 고치고. 고치는 게 제일 오래 걸렸다. “성공적으로 완료하였으며” 같은 문장이 꼭 한 줄씩 끼어 있었으니까.
다들 이쯤은 쓰고 있긴 하다. 나우앤서베이의 2026년 직장인 조사를 보면 주 1회 이상 업무에 AI를 쓰는 사람이 74.3%였고, 가장 효과적인 분야로 꼽힌 게 문서 요약·작성(31.2%)이었다. 그러니까 주간 보고가 딱 그 한가운데다.
그런데 시간이 생각만큼 안 줄었다. 나만 그런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 Templafy가 이번 주 낸 보고서에서는 영국·미국 지식근로자 2,000명 중 95%가 AI가 만든 문서를 쓰기 전에 고친다고 답했다. 고치는 이유로 일반적·정형화된 표현이 34%, 서식 문제가 31%. 읽다가 웃었다. 내가 금요일마다 지우던 게 정확히 그 두 개다. 같은 조사에서 48%는 검토 때문에 실제로 아낀 시간이 거의 없다고 했다. 템플릿 솔루션 회사가 낸 해외 조사라 조금 걸러 듣긴 했지만, 방향은 내 경험이랑 같았다.
AI 문장이 원래 뻔해서 시간이 안 줄어드는 거라고 생각했다. 따져보니 순서가 반대였다. 매주 새 창에서 양식만 반쯤 설명하고, 지난주에 어떻게 썼는지는 한 번도 보여준 적이 없었다. 뻔한 답은 내가 준 재료만큼 나온 거였다.

AI 업무 활용, 틀을 한 번 고정해두니
그래서 설명을 붙여넣는 대신 틀을 만들어 두기로 했다. 찾아보니 서비스마다 이름만 다르고 뼈대는 같았다. 지침 하나, 참고 파일 몇 개, 그리고 그 안에서 계속 대화하기. 화면설계서 템플릿 만들어두고 매번 복사해 쓰던 웹기획 시절이랑 다를 게 없다. 진작 이렇게 할걸.
프로젝트를 하나 만들어 지침 칸에 보고 양식과 말투를 적고, 지난주에 실제로 보낸 보고서 두 개를 참고 파일로 올렸다. 지침은 구글이 Gem 만들기 팁에서 말하는 네 가지, 역할·작업·맥락·형식에 맞춰 다시 써봤다. 써놓고 보니 맥락 칸이 텅 비어 있었다. 이 보고를 누가 읽고 뭘 궁금해하는지를 한 줄도 안 적었던 거다. 그 한 줄 넣고 나서 “성공적으로” 같은 문장이 확 줄었다. 지침이 길 필요는 없었다. AI 프롬프트는 길이부터 줄인다고 썼던 글이랑 같은 얘기다.
무료로 어디까지 되는지는 2026년 10월 2일 기준으로 공식 도움말과 보도를 대조해봤다.
| 서비스 | 틀을 고정하는 기능 | 무료에서 확인한 것 |
|---|---|---|
| ChatGPT | 프로젝트, 커스텀 지침 | 프로젝트 무료 사용 가능, 커스텀 지침 1,500자 |
| Claude | 프로젝트 | 무료는 프로젝트 5개까지 |
| Gemini | Gems | 2025년 3월부터 무료 개방(보도 기준) |
Claude 쪽은 Claude 도움말의 프로젝트 안내를 직접 열어 확인했다. ChatGPT 도움말은 페이지가 직접 안 열려서 검색 요약으로만 봤다. 무료는 프로젝트에 올릴 수 있는 파일 수가 적다는 정도만 기억해두면 된다. 숫자는 쓰기 전에 다시 확인할 생각이다.

그래도 이번 주에 뭘 했는지는 내가 모아야 했다
틀을 만들고 나서 막힌 데는 따로 있었다. AI는 내가 이번 주에 뭘 했는지 모른다. 당연한 건데, 틀이 생기니까 그것까지 알아서 해줄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ChatGPT 예약 작업으로 금요일 오후에 “이번 주 한 일 물어봐 줘” 알림을 걸어봤다. 무료는 활성 작업이 3개까지라고 도움말 검색 결과에 나온다. 질문은 정확히 온다. 대답은 결국 내가 친다. 월요일부터 메모장에 한 줄씩 적어두지 않으면 금요일에 그 질문 앞에서 멍하니 앉아 있게 된다. 이건 어떤 기능도 대신 못 해준다.
업무 정리에서도 비슷하게 걸렸다. 메모리가 지난 대화를 기억해주긴 하는데, 요약해서 이어가는 방식이라 “A 작업 80%”가 어느 주의 80%였는지 섞일 때가 있었다. Claude 프로젝트는 일반 대화와 메모리가 분리돼 있어서 다른 업무 얘기가 끼어드는 건 줄었지만, 진행 상황 원본은 여전히 내 메모장에 둔다. 숫자도 마찬가지다. Templafy 조사에서 고치는 이유 1위가 정확성 문제(40%)였는데, 보고서에 들어간 수치는 원본이랑 한 번씩 꼭 맞춰본다.

회의 준비는 의외로 잘 됐다. 안건 초안이나 예상 질문 목록은 금방 뽑아준다. 다만 그 자리에 누가 앉고 무엇에 예민한지는 모른다. 결국 또 맥락 칸이다. 회사 자료를 참고 파일로 올리는 건 한 번 더 멈칫해야 한다. 이건 AI 챗봇에 회사 자료 넣어도 되나 고민했던 글에 따로 적어뒀다.
틀을 고정하니 AI 업무 활용에서 말투 고치는 시간은 확실히 줄었다. 대신 한 주를 모으는 일은 그대로 내 몫이다. 그 부분까지 맡기려는 순간부터 다시 막힌다고 본다.
보고 메일을 보내고 노트북을 덮었다. 금요일 오후 다섯 시가 지난달보다 조금 가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