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한테 엑셀 수식 물어보는 거, 처음엔 그냥 “함수 만들어줘” 한마디면 끝나는 줄 알았다. 챗GPT든 Claude든 Gemini든 열어놓고 원하는 걸 대충 던지면 알아서 척 짜주겠거니. 그런데 며칠 실제로 굴려보니 그게 아니었다. 잘 되는 날이 있고, 멀쩡한 얼굴로 완전히 헛짚는 날이 있었다. 갈린 지점이 뭐였는지, 그걸 붙잡고 정리해봤다.
대충 물으면 대충 나온다는 걸 늦게 알았다
내가 처음에 잘못 안 게 있다. AI가 알아서 다 해줄 테니 나는 원하는 걸 짧게만 말하면 된다고 생각한 거다. “부서별 매출 합계 내는 수식 만들어줘.” 딱 이렇게. 그러면 대충 SUMIF 비슷한 게 나오긴 하는데, 내 시트에 붙여넣으면 열이 안 맞아서 또 손봐야 했다.
여러 실무 정리 글을 대조해보니, 성공률이 높은 요청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오빠두엑셀과 예스폼 쪽 정리를 보면, 조건을 “누가 봐도 알아들을 만큼” 구체적으로 풀어 쓰는 게 핵심이라고 짚는다. “B열에 지점명, C열에 매출이 있는데, 서울 지점 매출만 전부 더하고 싶어” 이렇게 열 위치랑 원하는 결과를 같이 적으면, SUMIFS 같은 다중 조건 함수도 훨씬 정확하게 나온다. 읽고 나서야 알았는데, 데이터 범위(주소)까지 같이 알려주면 결과가 확 달라진다는 게 이 얘기였다.
두 번째로 잘 통한 건, 오류를 그대로 던지는 방식이었다. 셀에 #N/A나 #VALUE! 같은 게 뜨면 그 오류 메시지랑 문제의 수식을 통째로 복사해서 “이 수식에서 이 오류가 나는데 원인이랑 수정안 알려줘”라고 물었더니, IFERROR나 TRIM을 엮은 해결책을 내줬다. 한 번에 안 고쳐지면 상황을 더 자세히 반복해서 물어보는 게 정석이라던데, 실제로 그랬다. 세 번째는 표를 통째로 붙이거나 파일을 올리는 방식. OpenAI 도움말을 보면 표나 CSV를 올리면 AI가 자동으로 테이블로 읽어들이고 그 구조에 맞춰 수식을 준다. 열 이름이 명확하고 한 행에 한 레코드인 깔끔한 데이터일수록 결과가 좋아졌다.

엑셀이냐 구글시트냐, 이걸 안 밝혀서 하루를 날렸다
여기서 내가 제대로 헛짚은 날이 있다. 구글시트에 쓸 건데 그걸 안 밝히고 “중복 제거 수식 만들어줘”라고 했더니, AI가 엑셀 함수를 던져줬다. 붙여넣으니 당연히 안 됐다. 처음엔 AI가 틀렸나 싶었는데, 아니었다. 내가 어느 도구에 쓸 건지를 안 알려준 거였다.
두 도구는 겹치는 함수가 많지만, 한쪽에만 있는 게 꽤 된다. 구글시트에는 ARRAYFORMULA라는 게 있는데, 같은 함수를 여러 행에 한 번에 적용하는 거라 “함수 100만 줄을 한 줄로”라고 소개될 정도다. 엑셀에는 이게 없고 다른 방식으로 처리한다. QUERY 함수도 구글시트 전용인데, SQL 비슷한 문법이라 VLOOKUP으로는 벅찬 집계까지 말로 풀어 표현할 수 있다더라. 반대로 엑셀의 TEXTSPLIT 같은 최신 함수는 마이크로소프트 365 버전에서만 되는데, AI가 이 버전 차이를 놓치고 구버전 엑셀에 쓰라고 줄 때가 있었다.
그러니까 물어볼 때 “엑셀”인지 “구글 스프레드시트”인지, 그리고 버전(365인지 구버전인지)까지 먼저 밝히는 게 반나절을 아끼는 길이었다. 아래는 내가 자주 헷갈렸던, 한쪽에만 있어서 섞이면 곤란한 함수들이다.
| 구분 | 대표 함수 | 주의점 |
|---|---|---|
| 구글시트 전용 | ARRAYFORMULA, QUERY, SPLIT | 엑셀에 그대로 넣으면 안 됨 |
| 엑셀 최신 버전 | TEXTSPLIT, UNIQUE | 365 아니면 구버전에서 오류 |

문법은 맞는데 계산이 틀린 수식이 제일 무서웠다
제일 신경 쓰인 건 헛짚는 티가 안 나는 헛짚음이었다. 아예 안 돌아가는 수식은 차라리 낫다. 붙여넣자마자 오류가 뜨니까 바로 안다. 무서운 건 겉보기엔 멀쩡하게 돌아가는데 계산 결과가 미묘하게 어긋난 경우다.
SpreadAPI 쪽 정리를 보면, AI는 실제로 계산을 하는 게 아니라 패턴을 예측할 뿐이라 =FINANCECALC()처럼 실존하지 않는 함수를 그럴듯하게 지어내는 사례가 문서화돼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비슷한 톤이다. 셀 안에서 자연어로 답을 채워주는 COPILOT 함수를 내놓으면서(2025년 8월 롤아웃), 공식 문서에 대놓고 “부정확한 응답을 줄 수 있다”며 숫자 계산이나 재무 보고 같은 정확성이 필요한 작업에는 쓰지 말라고 강하게 못 박았다. 새 기능을 내놓으면서 스스로 이렇게 경고하는 게 오히려 솔직해 보였다. 구글도 Gemini in Sheets를 손보면서(2025년 9월) 수식이 왜 실패했는지 설명하고 스스로 고친 버전까지 내주는 방향으로 갔는데, 뒤집어 말하면 그만큼 처음 준 수식이 틀릴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요즘 순서를 정해놓고 쓴다. AI가 수식을 주면 실제 데이터 전체에 바로 넣지 않고 샘플 몇 줄로 먼저 돌려서 손으로 계산한 값과 맞춰본다. 빈 셀이나 0, 텍스트가 섞인 행에서 결과가 이상하지 않은지도 한 번 더 본다. 그리고 받은 수식을 AI한테 “이거 평범한 말로 설명해줘”라고 되물어서, 설명이 막히면 그 수식은 실무 파일에 안 넣는다. 어차피 마이크로소프트 스스로도 고정확도 작업엔 사람이 검증하라고 하니, 이건 유난이 아니라 기본에 가깝다. 이런 검산 감각은 전에 함수 못 외워도 AI한테 시키던 이야기를 쓸 때부터 붙잡고 있던 거였는데, 도구가 늘수록 오히려 더 필요해졌다.
편해진 만큼 눈은 더 바빠졌다. 함수 이름을 떠올리느라 시큰하던 머리가, 이제는 나온 답이 맞나 훑느라 시큰하다. 자리만 바뀐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