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이 사람보다 많아진 회사가 나왔다는데, 이거 들으면 다들 어떤 표정 지을까.
흠칫하지 않나. 나도 처음 봤을 때 그랬다. 근데 숫자를 하나씩 따라가다 보니 생각보다 단순한 이야기는 아니었다.

Figure AI, 로봇이 사람을 넘어선 회사
6월 20일, Figure AI 창업자 브렛 애드콕이 자기 X 계정에 그래프 하나를 올렸다. “처음으로 로봇 수가 인간 수를 넘어섰다”는 문장과 함께.
그래프를 보면 흐름이 또렷하다. 2022년부터 2024년까지는 직원 수 곡선만 올라가고 로봇은 거의 0에 머물러 있다. 그러다 2025년 초부터 로봇 수가 갑자기 치솟더니, 2026년 2분기에 인간 수를 앞질렀다.
로봇 대수는 2025년 말 100대를 넘기고 지금은 약 740대까지 늘었다. 직원 수는 보도마다 갈린다. 어떤 곳은 650명대까지 늘었다고 하고, 어떤 곳은 200명대에서 평탄하다고 한다. 두 수치가 안 맞으니 어느 쪽이 맞는지는 모르겠다. 근데 어느 쪽을 기준으로 잡아도 결론은 똑같더라. 로봇이 인간을 넘어섰다는 건.
이게 의미 있는 규모의 기업이 “우리 회사 로봇 수가 직원 수를 넘었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첫 사례라고 한다.
그 사이 생산 속도는 더 무서웠다
숫자보다 더 눈에 들어온 건 속도였다.
Figure AI는 캘리포니아 공장에서 인간형 로봇 Figure 03을 만든다. 2026년 5월 기준 생산 속도가 120일 전 하루 1대였던 게 지금은 시간당 1대로, 약 24배 빨라졌다고 한다. 하루에 한 대 만들던 게 한 시간에 한 대라니. 이 대목에서 좀 멍해졌다.
기업가치도 같이 따라갔다. 2023년 5월 5억 달러였던 게 2025년 9월엔 390억 달러까지 뛰었다. 18개월 만에 15배다. 이번 라운드엔 NVIDIA, 브룩필드, 퀄컴벤처스 같은 이름들이 들어왔다.
그래도 로봇이 사람보다 많아진 게 다는 아니더라
다른 회사들도 비슷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테슬라 옵티머스는 2026년 3월 기준 1,000대 이상이 공장에 배치됐는데, 머스크는 이 로봇들이 아직 생산 작업이 아니라 학습·데이터 수집 단계라고 직접 밝혔다. 정식 3세대 양산은 올여름부터 시작인데 초반 속도는 의도적으로 느리게 갈 거라고 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1월 CES에서 새 아틀라스를 공개했고, 2026년 출하분은 이미 다 예약이 끝났다고 한다. 현대차 메타플랜트와 구글 딥마인드로 곧 들어간단다.
업계 전체로 보면 2026년 글로벌 로보틱스 시장이 380억 달러로 전년보다 34% 커졌다고 하는데, 최근 10년 중 가장 빠른 성장이라고 한다. 이 정도면 일자리 걱정이 안 나올 수가 없다. 맥킨지는 2030년까지 자동화가 전 세계 4억~8억 개 일자리를 대체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이쯤 되니 “로봇이 인간을 대체했다”는 쪽으로 머릿속이 자꾸 기울었다. 아니, 정확히는 — 다시 보니 그게 맞는 해석이 아니었다. Figure AI 직원 수 자체는 줄어든 게 아니라 늘었다. 로봇 늘어나는 속도가 채용 속도보다 훨씬 빨랐다는 거고, 사람을 해고하고 로봇으로 바꿨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1970~80년대 ATM이 퍼졌을 때도 다들 은행 창구 직원이 사라질 거라 했는데, 실제로는 미국 텔러 수가 1970년 30만 명에서 2010년 60만 명으로 늘었다더라. 작업 하나가 자동화된다고 직무 전체가 사라지는 건 아니라는 얘기다.

결국 속도가 문제더라
직무가 통째로 없어지는 게 아니라는 말에 일단 마음은 좀 놓였다. 근데 그것도 결국 정책이 어떻게 따라오느냐에 달려 있다는 게 함정이다.
속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