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 끝나고 폰에 40분짜리 녹음 파일 하나가 덩그러니 남았다. 예전 같으면 이어폰 꽂고 처음부터 다시 들으면서 손으로 정리했을 텐데, 요즘은 그럴 엄두가 안 난다. AI 회의록 도구가 이렇게 많은데 내가 왜 아직도 손으로 받아쓰고 있나 싶었다.
그래서 궁금해졌다. 같은 녹음 파일 하나를 이것저것 다 넣어보면, 진짜 뭐가 다를까. 무료로 어디까지 되고, 어디서부터 지갑을 열어야 하나. 마침 기획 회의 녹음이 하나 있어서, 클로바노트·다글로·ChatGPT용 Whisper·릴리스AI 네 개에 똑같이 던져봤다. 웹기획자로 일할 땐 화면 흐름부터 그렸는데, 이번엔 녹음 파일 하나를 여기저기 붙여보는 게 일이 됐다.
무료로 어디까지 되냐부터 봤다
돈부터 안 나가는 선을 알아야 마음 편히 쓴다. 그게 나 같은 사람이 새 도구 켤 때 제일 먼저 보는 지점이다.
클로바노트가 제일 부담이 없었다. 개인은 월 300분 무료인데, 설정에서 개인정보 활용에 동의하면 월 600분으로 늘어난다. 음성을 텍스트로 바꾸는 건 시간 제한만 있고 횟수 제한은 없는데, AI 요약은 무료 기준 월 15회로 묶여 있다. 그러니까 변환은 넉넉히 받아두고, 요약은 진짜 중요한 회의에만 아껴 쓰라는 얘기다. 실제로 써보니 주 2~3회 회의 녹음 정도는 600분으로 어지간히 감당이 됐다.
참, 인터넷에 클로바노트 개인 유료가 월 4,900원이니 9,900원이니 하는 글이 꽤 떠도는데, 확인해보니 2026년 7월 현재 개인용 유료 플랜 자체가 없다. 유료는 기업용(네이버웍스)만 있다. 이건 내가 요금 페이지를 직접 열어보고서야 정리가 됐다. 남의 블로그 숫자를 그대로 믿었으면 헛다리 짚을 뻔했다.
다글로는 무료(Free)로 맛만 보는 구조에 가깝다. 공식 요금 페이지 기준으로 무료는 월 4시간, 자주 쓰려면 Pro가 월 11,900원이다. 여기서 좀 헷갈렸는데, 다른 소개 글엔 무료가 월 20시간이라고 적힌 곳도 있었다. 숫자가 갈리길래 공식 pricing 페이지를 기준으로 잡았다. 이런 건 단정하지 말고 직접 들어가서 확인하는 게 맞다.

같은 녹음을 넣었더니 결과가 갈렸다
무료 한도만 보고 고를 순 없으니, 진짜 받아쓰기 실력을 봤다. 같은 40분 녹음을 넣고 결과를 나란히 놓고 읽어봤다.
클로바노트는 조용한 자리에서 한 사람씩 또박또박 말할 때 확실히 깔끔했다. 화자 분리도 자동으로 ‘참석자 1·2·3’으로 나눠주고, 이름 한 번 고치면 전체에 일괄 적용됐다. 이상하게 적힌 문장을 누르면 그 시점 음성이 재생돼서 바로 대조가 됐다. 이 다시 듣기 기능이 생각보다 요긴했다. 텍스트만 덜렁 믿으면 숫자나 고유명사에서 사고 나기 십상이라.
다글로는 여러 명이 말을 겹치거나 전문용어가 쏟아지는 구간에서 문장 흐름이 덜 흔들렸다. 1시간짜리를 3분 만에 변환한다는 말이 과장이 아닐 만큼 빨랐고, 화자 분리에 키워드 추출까지 붙어서 “요약 뷰어”보다 “작업 공간”이라는 표현이 더 맞았다. 겹쳐 말하는 회의가 많은 사람이라면 여기가 손에 붙을 것 같더라.
인용을 나란히 놓고 보니 결론은 단순했다. 조용한 1:1 인터뷰는 클로바노트, 정신없는 다자 회의는 다글로. 무료 안에서 둘 다 한 번씩 돌려보고 내 회의 성격에 맞는 쪽을 남기면 됐다.
손이 더 가는 쪽도 하나 붙어봤다
전용 앱만 있는 건 아니라, 성격이 아예 다른 것도 하나 붙어봤다.
ChatGPT에 붙여 쓰는 Whisper는 OpenAI가 공개한 음성인식 모델인데, 68만 시간이 넘는 오디오로 학습돼서 한국어 포함 100개 가까운 언어를 알아듣는다. 무료 오픈소스라는 게 매력이지만, 화자 분리나 자동 요약이 앱처럼 매끈하게 준비돼 있진 않다. API를 쓰거나 설치를 거쳐야 해서, 솔직히 기획자인 나한테는 손이 좀 갔다. 대신 녹음을 텍스트로 바꾼 다음 그 결과를 곧바로 ChatGPT에 넣어 요약이나 할 일 추출까지 한 흐름으로 잇고 싶은 사람한테는 이만한 게 없다. 전처리로 음질만 좀 다듬으면 정확도가 확 올라간다는 팁도 봤는데, 여기까진 2차 자료라 조심스럽다.
받아쓴 텍스트를 넘겨서 정리하는 흐름이 궁금하면, 예전에 내가 넣은 자료만 보는 노트북LM을 반나절 붙잡아본 기록이나 ChatGPT 무료와 유료 사이에서 망설였던 이야기랑 같이 보면 연결이 될 거다.

전사 말고 요약만 필요할 땐
받아쓰기가 목적이 아닐 때도 있다. 그럴 땐 아예 다른 도구가 편했다.
릴리스AI는 회의 “전사”보다 긴 걸 “요약해서 훑기”에 가깝다. 유튜브 링크나 PDF, 오디오를 넣으면 소제목이며 표며 타임라인까지 붙은 정리 노트를 만들어준다. 회의록 그 자체보다는, 놓친 강의나 긴 영상을 빠르게 파악할 때 강했다. 회의 40분 녹음을 넣었을 땐 오히려 클로바노트의 밋밋한 전사가 더 쓸모 있었고, 한 시간짜리 세미나 영상을 훑을 땐 릴리스AI 쪽이 확실히 빨랐다. 유료 가격은 검색으로도 공식 숫자가 안 잡혀서 여기선 단정 안 하려 한다. 무료로 요약 품질만 먼저 봤다.
무료 시간이 더 필요하면 에이닷 노트가 600분에 회의록·강의록 같은 템플릿을 7종이나 주고, 강의 복기용으로 줄글 속기가 필요하면 티로도 있더라. 다만 내 회의 성격엔 앞의 네 개로 이미 충분해서, 이 둘은 이름만 눈에 넣어뒀다.
편한 것만 보다 놓칠 뻔한 것
여기까지 쓰다 보니 무료냐 정확도냐만 따지고 있었는데, 정작 회사 회의에선 그게 1순위가 아니었다.
대부분의 AI 회의록은 음성을 클라우드로 올려서 변환한다. 즉 회사 미공개 전략이나 고객 정보가 담긴 녹음을 그대로 올리면 그게 곧 보안 문제가 된다. 실제로 2025년 초 보도에 따르면, 공무원들이 널리 쓰는 클로바노트·다글로 같은 서비스가 클라우드 보안인증을 받지 않아 기밀 회의록에 쓰일 경우 유출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2026년 들어 “받아쓰기는 기본, 이제는 보안 전쟁”이라는 말까지 나온 걸 보면, 경쟁 축이 정확도에서 보안으로 넘어간 게 확실하다.
하나 더. 클로바노트에서 무료 시간을 600분으로 늘려주는 그 ‘동의’가, 녹음 데이터를 서비스 학습에 쓰도록 허락하는 항목이기도 하다. 무심코 체크하면 민감한 회의 내용이 학습에 쓰일 수 있으니, 업무 회의라면 이 동의는 다시 들여다보는 게 맞다. 그리고 녹음 자체도 참석자에게 “AI로 정리하려고 녹음합니다” 한마디 하고 시작하는 게 법적으로도 사람 사이 신뢰로도 낫다.
처음엔 어느 도구가 제일 똑똑하냐가 전부인 줄 알았다. 며칠 넣어보고 나니 그게 절반짜리 질문이었다. 이 녹음을 클라우드에 올려도 되는 회의인가, 그걸 먼저 물어야 했던 거다.
그래서 결국 오늘도 폰에 남은 그 40분짜리 파일은, 사내 이름이 안 나오는 앞부분만 잘라서 클로바노트에 넣었다. 나머지는 이어폰 꽂고 손으로 정리하기로 했다. 도구가 넷이나 있어도, 어떤 회의는 여전히 사람 손이 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