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정 앱 아이콘에 빨간 1이 떠 있었다. 혹시나 하고 눌렀다. 시리랑은 상관없는 알림이었다. 요즘 이런 식이다. 시리 한국어 소식이 10월이라는 말만 듣고, 빨간 숫자만 보이면 손가락이 먼저 간다. 그래서 이번엔 기다리는 대신 순서를 적어두기로 했다. 들어오는 날 허둥대지 않게, 뭘 먼저 누르고 뭘 확인해야 하는지.
아직은 ‘English’ 한 단어에서 멈춘다
2026년 10월 12일 기준, 정식 iOS에서 시리 AI는 영어만 된다. 애플 지원 문서 「How to get Siri AI」를 한국 사이트로 열어봤더니 문구가 영어 그대로다. “currently available in English.” 한국어 페이지인데 영어로 ‘아직 영어만’이라고 적혀 있는 걸 보니 좀 웃겼다. 문서도 아직 한국어를 기다리는 중인 거다.
한국어는 iOS 27.2 베타 안에서만 돌아간다. 9월 16일 개발자 베타, 22일 공개 베타, 10월 5일 개발자 베타 3까지 한국어 시리 AI가 들어 있었다는 게 MacRumors와 매일신문 보도다. 정식 27.2가 언제 나오는지는 매체마다 말이 갈린다. 10월 23일 아이폰 듀오 출시 전이라는 전망도, 직후라는 전망도 있다. 애플은 “next month”까지만 말했고 날짜는 없다. 일정과 지원 기종 얘기는 지난번 시리 AI 한국어 10월 일정과 내 아이폰 기종 확인에서 한 번 훑었으니, 여기선 켜는 쪽만 본다.
시리 한국어 켜는 순서, 다시 적어보니
처음 메모장에 쓴 1번은 ‘설정 → Siri 열기’였다. 따져보니 순서가 반대였다. 시리 메뉴를 여는 건 거의 마지막이고, 그 전에 막히는 데가 두 군데나 있다.
애플 문서와 아이폰 사용 설명서를 맞대 읽어보니 고칠 데가 더 있었다. 고친 순서는 이렇다.
- 설정 → 일반 →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에서 한국어가 들어간 버전(지금으로선 27.2)을 받는다.
- 기기 언어와 시리 언어가 둘 다 한국어인지 본다.
- 설정 → Siri로 들어간다. 버전에 따라 ‘설정 → Apple Intelligence 및 Siri’ 아래에 있을 수도 있다.
- 시리가 꺼져 있으면 먼저 켜고, ‘Try Siri AI (Beta)’를 누른다.
- 목소리 고르기 → 음성 등록 → 개인정보 설정 검토.
- 대기자 명단에 올라간다. 순서가 오면 시리 AI가 알아서 내려받아진다.
4번 메뉴가 한국어 화면에서 뭐라고 뜰지는 모르겠다. 애플 한국어 문서도 아직 영어 메뉴명 그대로라, ‘Siri AI 사용해 보기’ 비슷한 말이겠거니 짐작만 해둔다. 6번 대기 시간도 숫자가 없다. 애플 표현은 “wait times can vary”. 들어오는 날 바로 쓸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면 김이 샐 수도 있겠다.

언어 두 칸이 같아야 한다는 게 제일 컸다
조건 중에 제일 오래 본 건 기종이 아니라 언어였다. 「Requirements for Siri AI (Beta)」에는 기기 언어와 시리 언어가 같은 지원 언어여야 한다고 적혀 있다. 기기 언어는 설정 → 일반 → 언어 및 지역, 시리 언어는 설정 → Siri → 언어. 둘이 다른 화면에 있다. 내 폰에서 두 화면을 확인해보니 둘 다 한국어였다. 다행인데, 예전에 영어 공부한다고 시리만 영어로 바꿔둔 적이 있어서 순간 뜨끔했다. 그대로 뒀으면 메뉴가 안 떠서 한참 헤맸을 거다.
나머지 조건은 짧다.
- 아이폰은 15 Pro·15 Pro Max, 16 이후 모델, iPhone Air. 일반 15·15 Plus는 iOS 27은 깔려도 시리 AI는 안 된다.
- Apple 계정 지역이 EU·중국 본토가 아니면 된다. 한국은 제외 지역이 아니다.
- 13세 미만은 못 쓴다. 애플 보도자료 각주를 인용한 Mac Observer 보도다.
13세 줄에서 아이 폰이 떠올랐다. 가족공유로 묶인 자녀 계정은 어떻게 판정하는지 애플이 밝힌 게 없어서, 그쪽은 들어와 봐야 안다. 서버 모델을 쓰는 기능엔 하루 사용량 제한이 붙는다는 것도 애플 문서 각주에 있다. 하루 몇 번인지는 10월 12일 기준 공개된 숫자가 없다.

한국어로 와도 영어로 남을 것들
켜고 나면 뭐가 되는지는 애플 설명서 예시가 꽤 구체적이다. 메시지·메일·사진에서 찾아주는 개인 맥락, 지금 보는 화면을 알아듣는 화면 인식, 앱을 건너다니며 메시지 보내고 일정 만드는 앱 동작. 시리 앱에선 키보드로 타이핑해서 물어도 되고 사진이나 파일을 붙여 이어 물을 수 있다. 응답을 아래로 쓸어내리면 전체 내용이 펼쳐진다는 설명에서 잠깐 멈칫했다. 웹기획 할 때 ‘더보기’ 버튼 하나 넣을지 말지로 회의를 한 시간씩 했는데, 여긴 그냥 쓸어내리면 끝이다.
다만 한국어 시리 AI가 와도 애플 인텔리전스 기능이 전부 한국어가 되는 건 아니다. 애플 인텔리전스 안내 문서를 기준으로 갈라보면 이렇다.
| 지금 한국어로 되는 것 | 영어 전용으로 적힌 것 |
|---|---|
| 메시지·전화·에어팟 실시간 번역 | 메일 제안 |
| 음성사서함 요약, 메모 전사 요약 | 메시지 개인화 스마트 답장 |
| 알림·메일·메시지 요약 | 워크아웃 버디 |
왼쪽 칸은 시리 AI를 기다리는 동안에도 한국어로 쓸 수 있는 것들이다. 메모 앱 녹음 요약은 예전에 받아쓰기 AI로 회의 전사를 돌려본 글에서 헤맸던 바로 그 기능이라, 이건 지금 당장 다시 써봐도 되겠다. 카카오톡은 아직 모른다. 베타 후기를 찾아보니 시리가 카톡 대화 내용을 못 찾더라는 얘기가 있었지만 후기 한 건이고, 카카오나 애플이 확인한 건 없다.
메뉴가 안 보이면 의심할 곳은 정해져 있다
정식 버전이 풀린 날 ‘Try Siri AI’ 메뉴가 안 보이면 어디부터 볼지도 적어뒀다. TechRadar, iThinkDiff 같은 해외 매체 정리를 공식 조건에 맞춰 줄 세워보니 순서가 대충 이랬다.
먼저 기종. 15·15 Plus 이하면 메뉴 자체가 없으니 거기서 끝이다. 그다음 언어 두 칸. 제일 흔한 원인이라는데, 내가 뜨끔했던 그 자리다. 계정 지역과 나이를 보고, 대기자 명단에 올라가 있기만 한 상태는 아닌지 확인한다. 그래도 안 되면 재시동, 시리 껐다 켜기, VPN 끄기. 스크린 타임에서 시리를 막아둔 건 아닌지도 본다. 아이 폰에 스크린 타임 걸어둔 집이라면 이게 은근히 걸릴 것 같다.

베타를 깔지 말지도 이번에 다시 생각했다. 지난번엔 매일 쓰는 폰이라는 감 하나로 접었는데, 애플 베타 제거 안내를 읽고 나니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 베타 이전으로 되돌리려면 베타 깔기 전에 만든 보관 백업이 있어야 하고, 베타를 쓰는 동안 만든 백업은 이전 iOS와 안 맞을 수 있단다. 백업부터 챙겨야 하는 일을 시리 한 번 먼저 써보자고 하기엔.. 손이 안 간다. 정식이 10월 안에 온다면 며칠 기다리는 쪽이 낫다는 판단이다.
메모장 순서는 여섯 줄로 끝났다. 그 여섯 줄이 진짜 그대로 맞을지는, 27.2가 내 폰에 뜨는 날에야 알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