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창에 “번역기 추천”이라고 치다가 손이 멈췄다. 정확히는 “딥엘 파파고 차이”까지 쳐놓고, 이걸 굳이 남한테 물어봐서 뭐 하나 싶었다. AI 번역기 비교 글은 널렸는데 대부분 “이게 제일 정확해요” 하고 순위표 하나 던지고 끝난다. 그 순위가 내 이메일, 내 문서에서도 맞는지는 아무도 안 알려준다.
그래서 그냥 열어봤다. 창 네 개. ChatGPT, 딥엘(DeepL), 파파고, 구글 번역. 요즘 업무에서 실제로 굴리는 문장 몇 개를 그대로 복붙해서 넣어봤다.
같은 이메일을 네 곳에 넣고 나란히 봤다
먼저 넣은 건 거래처에 보낼 영어 메일 초안이었다. 정중하게 일정을 미뤄달라는, 딱 그 톤이 중요한 메일. 같은 문장을 네 곳에 붙여넣고 결과를 위아래로 죽 늘어놨다.
구글 번역은 빨랐다. 붙여넣자마자 좌라락. 뜻은 다 맞는데, 읽어보면 “번역기가 한 문장”이라는 티가 났다. 파파고는 한국어 쪽이 확실히 매끄러웠다. 특히 존댓말·반말을 구분해주는 옵션이 있어서, ‘~했다’를 ‘~했습니다’로 자연스럽게 올려줬다. 짧은 문장, 일상 회화 쪽은 여기가 편했다.
딥엘은 어법이 제일 자연스러웠다. 관용구를 어색하지 않게 녹여내는 게 보였다. 리서치 자료를 찾아보니 영→독 벤치마크에서 딥엘이 구글보다 더 자연스러운 어법을 보였다는 수치가 있더라(intlpull 2026 벤치마크). 유럽어에서 강하다는 평이 왜 나오는지 알 것 같았다.

그런데 톤을 “정중하되 너무 굽신대지 않게”로 잡고 싶으니까, 결국 손이 간 건 ChatGPT였다. 프롬프트로 “격식 있는 비즈니스 톤, 사과는 한 번만”이라고 지시하니 딱 그 온도로 맞춰줬다. 같은 창에서 “조금 더 짧게” 하고 다시 시키는 것도 됐다. 이메일 톤 조정은 예전에 거절·사과 메일 쓸 때 챗GPT에 넣는 것들을 정리하면서도 느꼈던 부분인데, 번역에서도 똑같이 톤이 갈렸다.
순위표는 믿지 말고, 언어쌍부터 보는 게 맞더라
비교 리뷰들을 몇 개 훑으면 대충 순위 비슷한 게 나온다. 결과물 품질은 ChatGPT와 딥엘이 앞서고, 파파고, 구글 번역 순이라는 경향(CalcTools 2026). 그런데 리서치를 대조해보니 이 순위엔 항상 단서가 붙어 있었다. “언어쌍과 용도에 따라 뒤집힌다.”
실제로 그랬다. 유럽어(독일어·프랑스어·스페인어)는 딥엘이 전반적으로 우위, 한·중·일이나 톤·문맥을 통제해야 하는 글은 ChatGPT 같은 LLM 계열이 강했다. 한 학술 연구에 따르면 시 번역 비교에서 ChatGPT가 한→영 100점 만점에 93점으로 인간 번역에 근접했고, 같은 과제에서 딥엘은 72점이었다(인문언어 27권 1호, 2025). 다만 이건 시 번역이라는 특수한 과제고, 소수 언어에선 또 뒤집힌다. 영→루마니아어에선 ChatGPT가 구글보다 오히려 낮게 나온 사례도 있더라.
| 도구 | 잘 맞는 상황 |
|---|---|
| ChatGPT | 톤이 중요한 메일, 용어 지정 번역, “이 느낌으로” 다듬기 |
| 딥엘 | 유럽어 문서, 긴 보고서·PDF 서식 유지 |
| 파파고 | 한국어 짧은 문장, 일상 회화, 빠른 뜻 파악 |
| 구글 번역 | 소수 언어, 카메라·웹페이지 번역, 여행 현장 |
표로 정리해놓고 보니 깔끔한데, 결국 하고 싶은 말은 하나다. “제일 좋은 번역기”를 찾는 게 아니라 “이 문장엔 뭐가 맞나”를 그때그때 고르는 게 낫다는 것. 참, 딥엘이 “구글은 2배, ChatGPT는 3배 수정이 필요했다”고 밝힌 수치도 봤는데, 이건 딥엘이 자사 블로그에서 발표한 거라 곧이곧대로 믿진 않았다.
문서 통째로 던질 땐 또 다르다
짧은 문장 말고 20페이지짜리 자료를 번역해야 할 때는 얘기가 달라진다. 여기선 서식을 얼마나 지켜주느냐가 관건이었다.
딥엘은 문서 번역·서식 유지가 강점으로 자주 꼽힌다. 표나 문단 구조를 그대로 두고 안의 텍스트만 갈아끼워주는 식이라, 긴 PDF를 통째로 넣을 땐 시간을 크게 아껴준다. 무료는 월 5만 자까지고, 개인 유료 플랜은 30만 자 수준으로 올라간다(2026년 7월 기준 공개 자료 대조). 구글 번역은 개인 용도 웹·앱 번역엔 별도 쿼터 없이 무료라, 언어 커버리지나 웹페이지 통째 번역 접근성은 여기가 제일 좋았다. 2024년에 110개 언어를 한 번에 추가했다더라.
아니, 처음엔 나도 “긴 문서는 그냥 딥엘”이라고 정리하려 했다. 그런데 논문 자료를 넣어보니 그게 절반만 맞는 말이었다. 서식은 딥엘이 지켜줬지만, 전문 용어를 내가 지정한 대로 고정하는 건 ChatGPT가 나았다. “이 표에 있는 용어만 쓰고 동의어로 바꾸지 마”라고 지시할 수 있어서다. 그러니까 서식이 중요하면 딥엘, 용어 통제가 중요하면 ChatGPT. 하나로 못 정하겠더라.

파파고도 짚고 넘어가면, 예전엔 LLM 전환이 늦다는 지적을 받았는데 2024년 9월 파파고 플러스(비즈니스 유료)가 나오면서 글자 수 제한 없는 번역, 이미지 번역 같은 게 붙었다. 요금은 가입 시점에 확인하는 게 안전하다. 이 바닥은 가격이 자주 바뀐다. AI 회의록 도구를 녹음 파일 하나 놓고 네 개 다 돌려봤을 때도 그랬는데, 번역도 똑같이 “무료 한도”부터 확인하고 시작하는 게 마음 편했다.
붙여넣기 전에 한 번 멈칫한 이유
여기까지 써보고 제일 오래 붙잡은 건 정확도가 아니라 보안이었다.
사내 문서를 번역기에 넣을 일이 생기면 손이 멈춘다. 실제로 삼성전자에서 직원이 기밀을 ChatGPT에 입력해 외부로 유출된 사고가 있었고, 그 뒤로 사내 AI 사용 가이드라인이 대폭 강화됐다(CIO 코리아 등). 아마존, 애플도 비슷한 이유로 내부 AI 사용을 제한했다. 한 조사에서는 직원이 붙여넣는 내용 중 민감 정보 비중이 꽤 된다고도 했는데, 이건 1차 출처가 분명치 않아 숫자까지는 못 믿겠다. 다만 “복붙이 주요 유출 경로”라는 방향 자체는 여러 자료가 겹쳤다.
그래서 내 나름의 선을 정했다. 계좌번호·고객 정보·미공개 계약 내용은 공개형 번역기에 안 넣는다. 꼭 필요하면 민감한 부분은 지우거나 가명으로 바꾸고, 학습 사용 옵션을 끈 상태에서 쓴다. 딥엘은 ISO 27001 같은 보안 인증을 내세우니 업무 문서엔 그쪽을 먼저 본다. 이건 딥엘 공식 데이터 보안 페이지에서 확인한 부분이다.
솔직히 말하면, 나도 예전엔 아무거나 붙여넣었다. 문서 번역이 급하면 뜻만 맞으면 됐지 하고. 지금 와서 보면 그게 제일 위험했다.
법률·의료·계약 문서는 결국 사람 검수를 한 번 더 거쳐야 한다는 것도 자료마다 강조돼 있었다. AI 단독 최종본은 금물. 특히 영→한이 한→영보다 일관되게 더 까다롭다는 연구 결과가 있어서, 영어를 한국어로 옮긴 건 더 꼼꼼히 봤다.
결국 네 개를 다 열어놓고 하루를 보냈는데, 하나로 정리 못 한 게 이 글의 결론이라면 결론이다. 어느 게 최고냐고 물으면 아직도 대답을 못 하겠다. 나는 그냥 네 개 창을 다 열어둔 채로 일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