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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기본법 시행, 내 블로그에도 ‘AI로 만들었습니다’ 붙여야 하나 알아봤다

오늘의 AI

검색창에 “AI 기본법 표시 의무”까지 치다가 손이 멈췄다.

지난 1월에 AI 기본법이 시행됐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그날은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처럼 챗GPT로 초안 잡고 이미지 생성 AI로 썸네일 만드는 사람도 이제 글마다 “이 글은 AI로 만들었습니다”를 박아야 하는 거 아닌가. 어디서 그런 얘기를 주워들은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명확히 아는 게 하나도 없더라. 그래서 법령이랑 변호사들 해설을 며칠에 걸쳐 대조해봤다.

법 이름부터 봤더니 방향이 좀 보였다

먼저 국가법령정보센터에서 법 이름을 확인했다. 정식 명칭이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이더라. 줄여서 AI 기본법. 2025년 1월 21일에 공포됐고 2026년 1월 22일부터 시행됐다. EU가 먼저 AI 법을 만든 뒤로 국가 단위로는 사실상 두 번째라는 평가를 받는다더라.

이름을 곱씹어보니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이다. 규제만 하는 법이 아니라 산업을 키우는 근거도 같이 담긴, 진흥과 규제가 섞인 법이라는 소리다. 그러니까 이 법의 무게추가 정확히 어디에 실려 있는지부터 봐야 내 질문의 답이 나오겠구나 싶었다.

내가 궁금한 건 딱 하나였다. 표시 의무. 생성형 AI로 만든 결과물에 “AI가 만들었다”를 표시하라는 그 조항이 누구한테 걸리는가.

AI 기본법 공포일과 시행일

표시 의무는 ‘사업자’ 대상이었다

법률사무소 해설들을 대조해보니, 이 법이 정한 투명성 의무는 크게 세 갈래였다. 서비스 제공 전에 미리 알리는 사전 고지, 생성 결과물에 AI 표시, 그리고 딥페이크 표시. 표시 의무 조항은 제31조 계열, 과태료는 제43조로 정리되는데 세부 항 번호는 해설마다 표기가 조금씩 달라서 나는 “제31조 계열”이라고만 기억하기로 했다.

여기서 핵심은 이 세 의무가 전부 “인공지능사업자”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이었다. 처음엔 이 단어가 좀 막연했는데, 뜯어보니 두 종류였다. AI를 직접 개발해서 내놓는 개발사업자(OpenAI나 네이버 하이퍼클로바 같은), 그리고 남의 API를 가져와 자기 AI 서비스를 운영하는 이용사업자. 국내 이용자한테 영향을 주면 해외 사업자도 대상에 들어간다.

그러니까 이 법이 “표시해라”라고 말을 거는 상대는 AI 서비스를 만들어서 남한테 제공하는 쪽이다. 읽고 나서야 알았는데, 나는 그 목록 어디에도 없었다.

그럼 나 같은 블로거는

결론부터 쓰면, 원칙적으로 표시 의무가 없다.

더스쿠프가 2026년 1월 28일에 정리한 정부·전문가 해석을 보면 문장이 꽤 명확하다. 개인 창작자는 AI 서비스를 제공받아 쓰는 ‘이용자’에 해당하고, 이 경우 AI 기본법상 별도 의무는 없다는 거다. 예로 든 게 딱 와닿았다. 유튜버가 Sora로 만든 영상을 유튜브에 올리는 건 ‘이용자’로서의 행동이지, 남한테 AI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의 행동이 아니라는 것. 챗GPT나 이미지 생성 AI로 콘텐츠를 만들어도, 그 서비스를 직접 운영·제공하지 않는 한 사업자로 보지 않는다더라.

여기까지 읽고 좀 김이 빠졌다. 며칠을 뒤졌는데 답이 “당신은 대상 아님”이라니. 처벌은 사업자한테 3,000만 원 이하 과태료가 걸려 있고, 그마저도 정부가 시행 초기 최소 1년 이상 사실조사·과태료 부과를 원칙적으로 유예한다고 발표했다. 실제 부과는 빨라도 2027년 이후일 거라는 전망이 많았다. 나는 애초에 의무 주체가 아니니 이 과태료 얘기는 남의 집 걱정이었다.

그런데 마냥 안심할 일은 아니었다. AI로 만든 결과물이라도 그걸로 명예훼손이나 허위정보를 퍼뜨리면 정보통신망법 같은 기존 법의 책임은 그대로 진다. 실존 인물 얼굴이나 목소리를 쓰면 초상권 문제가 따로 걸리고, 남의 작품 스타일을 그대로 재현하면 저작권 위험이 생긴다. 이 대목에서 예전에 AI 이미지를 블로그에 그냥 써도 되는지 알아봤던 이야기가 다시 떠올랐다. 표시 의무는 없어도 저작권은 별개 문제라는 게, 결국 여기서도 똑같이 반복되는 셈이었다.

사업자와 개인 창작자의 표시 의무 차이

의무가 없는데도 나는 붙이기로 했다

여기까지 정리하고 나면 “그럼 아무것도 안 해도 되네” 하고 덮어도 됐다.

아니, 덮으려다 다시 생각했다. 딱 하나, 법도 플랫폼도 상식도 전부 표시를 요구하는 영역이 있었다. 딥페이크다. 실존 인물을 합성한 것처럼 실제와 구분하기 어려운 콘텐츠는 한국법도 EU도 표시를 강하게 요구한다. EU AI Act 제50조는 아예 속일 의도가 없어도, 실존 인물이 안 나와도 라벨을 붙이라고 한다더라. 이 얘기는 AI로 목소리가 3초면 복제된다는 걸 알고 나서 쓴 글에서 이미 한 번 크게 놀랐던 부분이라, 이번엔 그냥 넘어가지지가 않았다.

그래서 내 블로그 기준을 이렇게 잡았다. 실존 인물을 합성하는 딥페이크성 콘텐츠는 아예 안 만든다. 대신 정보성 썸네일이나 삽화로 쓰는 AI 이미지에는 한 줄 표기를 붙이기로 했다. 법이 시켜서가 아니라, 계도기간이 언제 끝날지 모르고 유튜브나 SNS는 이미 자체 AI 라벨 정책을 돌리고 있으니까. 그리고 솔직히 이 부분이 제일 컸는데, 읽는 사람한테 숨기고 싶지 않았다. 정보통신망법 개정으로 징벌적 손해배상을 최대 5배까지 물리는 안이 추진 중이라는 얘기도 있었는데, 이건 아직 확정된 게 아니라 나도 흐름만 지켜보는 중이다.

프롬프트랑 수정 이력을 남겨두면 나중에 분쟁이 생겨도 방어 자료가 된다는 조언도 챙겼다. 어차피 블로그 자동화하면서 기록은 남기고 있으니 손해 볼 게 없었다.

한 달쯤 자율 표기를 붙여보니, 별거 아닌데도 마음이 좀 편하다. 의무가 없어서 안 하는 것과, 없는데도 하는 것 사이에는 생각보다 큰 온도차가 있더라.

너도 AI로 뭔가 만들어 올리는 사람이라면, 딥페이크 그 한 줄만은 꼭 챙겨두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