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엔 회의 하나 끝나면 녹음 파일을 처음부터 다시 틀어놓고 손으로 받아쓰는 게 당연한 줄 알았다. 이어폰 꽂고 3초 듣고 멈추고, 타이핑하고 또 3초. 한 시간짜리를 정리하는 데 반나절이 그냥 갔다. 근손실도 이런 근손실이 없다.
그래서 AI 받아쓰기 도구를 하나 정해서 붙박이로 쓰려고 했다. 근데 그게 잘 안 됐다. 하나만 파고들려다 결국 상황마다 다른 걸 켜게 된 이야기다. 클로바노트로 시작해서 다글로, 에이닷 노트, 티로, 마지막엔 내 컴퓨터에서 도는 로컬 Whisper까지. 붙였다 뗐다 하면서 알게 된 게 있어서, 웹기획자 눈으로 본 순서 그대로 적어둔다.
제일 만만한 클로바노트부터 켰다
새 도구 켤 때 나는 무조건 무료 한도부터 본다. 돈 안 나가는 선을 알아야 마음 편히 이것저것 눌러보니까.
클로바노트가 그 점에서 제일 만만했다. 네이버 계정만 있으면 바로 시작되고, 개인은 월 300분 무료인데 설정에서 개인정보 활용에 동의하면 월 600분으로 늘어난다. 음성을 텍스트로 바꾸는 건 시간만 채우면 되고, AI 요약은 무료 기준 월 15회 정도로 묶여 있다는 자료가 여럿이었다. 그러니까 변환은 넉넉히 쓰고 요약은 진짜 필요한 회의에만 아껴 쓰라는 얘기다. 강점은 화자 구분이었다. 녹음 전에 참석자 수를 넣어두거나 음성 패턴으로 발언자를 자동으로 나눠주고, 이름 한 번 고치면 전체에 일괄 반영됐다.
그래서 처음엔 “이거 하나면 되겠네” 했다. 며칠 지나서 다시 보니 그게 아니었다. 목소리가 겹치거나 말이 빨라지는 다자 회의에선 문장이 슬슬 흔들렸다. 조용한 자리 한 사람씩은 깔끔한데, 여럿이 치고받는 회의는 조금 버거워 보였다. 유료로 넘어가면 되지 않냐 싶겠지만, 개인용 소액 플랜인지 기업용(네이버웍스)인지 자료마다 금액이 갈려서 여기선 단정하지 않으려 한다. 정확한 유료 요금은 네이버웍스 클로바노트 요금 페이지에서 직접 확인하는 게 맞다.

겹쳐 말하는 회의엔 다글로로 갈아탔다
그 다자 회의가 문제였다. 클로바노트로 정리하다 문장이 엉키길래, 겹쳐 말하는 데 강하다는 다글로를 붙여봤다.
다글로는 2017년부터 한국어 받아쓰기에 특화된 도구인데, 확실히 정신없는 구간에서 문장 흐름이 덜 무너졌다. 1시간 분량을 3분 만에 텍스트로 뽑는다는 속도도 과장이 아닐 만큼 빨랐고, 화자 분리에 키워드 추출까지 붙어서 회의록보다 “작업 공간”에 가까웠다. 요약 템플릿이 22종이라 회의록·강의록·인터뷰 정리처럼 목적별로 뽑기 좋은 것도 컸다. 블로그 자동화 하는 입장에선 유튜브 영상 스크립트를 뽑아서 재가공하는 용도로도 눈에 들어왔다.
무료 한도는 좀 헷갈렸다. 모바일 앱으로 직접 녹음한 파일은 무제한 무료인데, 파일이나 유튜브를 업로드하는 건 월 단위 한도가 있다. 그 시간이 자료마다 4시간이라고도 하고 10시간이라고도 해서, 정확한 숫자는 공식 페이지 확인 권장이다. 이런 건 남의 정리 글 숫자를 그대로 믿었다간 헛다리 짚는다. 어쨌거나 “직접 녹음은 무제한, 업로드는 한도 있음” 이 구조만 잡아두면 긴 녹음도 앱 녹음으로 돌려서 감당이 됐다.
통화 녹음이 쌓이니 에이닷이 편했다
받아쓰기가 꼭 회의만 있는 게 아니었다. 부업 관련해서 전화로 상담하는 일이 늘면서 통화 녹음이 쌓였는데, 여기서 결이 다른 도구가 필요했다.
에이닷 노트는 SKT가 2025년 6월에 낸 후발주자다. 늦게 나온 만큼 무료 혜택이 넉넉해서, 베타 기간 600분을 준다는 게 눈에 띄었다. 차별점은 통화 녹음 파일도 노트로 정리해준다는 거였다. SKT라 통화 연동이 강점인데, 전화 상담이나 인터뷰 통화가 잦은 사람한테는 이 지점이 딱 맞더라. 요약 품질도 좋다는 평이 많았다. 단순히 문장을 나열하는 게 아니라 핵심을 압축해서 뽑고, 할 일을 따로 구분해준다는 각도다.
여기까지 붙여보고 나서야 정리가 됐다. 받아쓰기 도구는 정확도로 줄 세우는 게 아니라, 내 녹음이 어디서 나왔느냐로 갈리는 거였다. 조용한 인터뷰면 클로바노트, 시끄러운 다자 회의면 다글로, 통화 녹음이면 에이닷. 팀에서 담당자별 할 일까지 뽑아 협업 도구로 넘기는 흐름이면 티로 같은 협업형이 붙는데, 티로는 지원 언어가 12개로 많아서 다국어 회의가 잦은 팀에 어울린다는 정도로만 이름을 넣어뒀다. 이렇게 받아쓴 텍스트를 다시 넘겨서 정리하는 흐름은, 예전에 녹음 파일 하나를 도구 네 개에 다 돌려본 기록이나 내가 넣은 자료만 보는 노트북LM을 붙잡아본 이야기랑 같이 보면 연결이 된다.

결국 손이 제일 많이 간 로컬 Whisper
편한 것만 따라다니다 하나 걸리는 게 있었다. 회사 미공개 자료나 민감한 상담이 담긴 녹음을, 그대로 남의 클라우드에 올려도 되나.
대부분의 AI 받아쓰기는 음성을 외부 서버로 올려서 변환한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붙여본 게 로컬 Whisper였다. OpenAI가 공개한 오픈소스 음성인식 모델인데, 클라우드 서비스가 아니라 내 컴퓨터에서 직접 돌리는 방식이다. whisper.cpp나 faster-whisper 같은 구현체를 쓰면 되고, 무제한에 무료다. 무엇보다 음성 파일을 밖으로 내보내지 않으니 법무·의료 상담이나 기밀 회의처럼 외부 전송이 곤란한 녹음에 마음이 놓였다. 한국어 정확도도 단어 오류율 기준 상위권이라 언어를 한국어로 지정하면 꽤 쓸 만했다.
대신 손이 갔다. 기본 Whisper는 화자 구분이 없어서 누가 말했는지 나누려면 별도 도구를 붙여야 하고, 설치와 세팅에 진입장벽이 있다. 기획자인 나한테도 만만한 작업은 아니었다. 그래도 웹기획자 감각이 조금 있는 사람이면 “민감한 녹음은 로컬 Whisper, 일반 회의는 클로바노트”처럼 나눠 쓰는 조합이 현실적이더라. 블로그 자동화 파이프라인에 받아쓰기를 붙일 때도 비용이 0이라 이 쪽이 유리했다.
정확도를 끌어올리는 건 도구보다 녹음 환경이 절반이었다. 잡음 없는 자리에선 인식률이 확 올라가고, 자주 쓰는 고유명사를 미리 등록해두면 오타가 줄었다. 어떤 도구든 자동 구두점이 완벽하진 않아서, 결국 사람이 한 번 훑어 교정하는 단계는 남더라.
결국 하나로 정하려던 처음 계획은 틀렸다. 조용한 인터뷰냐, 시끄러운 회의냐, 통화냐, 밖으로 못 내보내는 녹음이냐. 그 상황이 도구를 정하는 거지, 내가 도구를 정하는 게 아니었다. 무료 한도 안에서 두어 개 돌려보고 내 녹음 성격에 맞는 걸 남기는 게 지금 내 방식인데, 이게 정답인지는 아직 모르겠다. 요금이며 무료 시간이며 워낙 자주 바뀌니, 진짜 쓰기 전엔 공식 페이지를 한 번 더 열어봐야 안심이 된다.